2024.10. 8 쿼드벤처스 리서치팀 공동 집필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핵심 기술인 대규모 언어 모델 LLM, Large Language Model은 이러한 비정형 데이터를 이해하고 학습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인프라로 벡터 데이터베이스 Vector Database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LLM을 도입하는 기업의 88%가 벡터 DB 기반의 Retrieval 메커니즘을 LLM 스택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출처: The New Language Model Stack - How companies are bringing AI applications to life, Michelle Fradin & Lauren Reeder, June 14, 2023, Sequoia Capital)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는 마치 사전에서 특정 단어를 검색하듯 명확한 구조와 정형 데이이사터에 적합하지만, LLM이 요구하는 '의미 기반 검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LLM은 질문에 대해 단순히 일치하는 단어를 찾는 것이 아니라, 맥락상 유사한 정보를 추론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를 공간상의 좌표로 변환하고, 유사한 위치의 데이터를 찾는 벡터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비오는 날 먹기 좋은 음식은?"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전통적인 검색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단어가 포함된 문장을 찾지만,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비오는', ‘먹기 좋은', '가벼운 음식' 등과 유사한 개념이 담긴 데이터를 연관 지어 추천합니다.
또한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술을 통해 LLM의 단점인 환각 hallucination이나 최신성 부족 문제를 보완하며, 최신 정보의 응답을 생성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RAG는 LLM이 자체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 정보를 검색한 후, 이를 바탕으로 응답을 생성하는 기술입니다. 이 과정에서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문맥에 맞는 정보를 빠르게 찾아내는 검색 엔진으로서, LLM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가 됩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비오는 날 먹기 좋은 음식’과 같은 질의에 응답하는 과정의 예시.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문맥에 맞는 정보를 검색하고, 신뢰도 높은 답변을 생성하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한다.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크게 세 단계로 작동합니다: 벡터화 Embedding, 색인 Indexing, 질의 Querying입니다.
벡터화 Embedding
벡터 Vector란 다차원의 공간 좌표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데이터를 수치화하여 공간상의 좌표로 변환하는 과정을 벡터화 Embedding라 합니다. 예를 들어 '애플'이라는 단어는 과일, 첨단 기업, 건강 등 다양한 맥락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0.15, -0.21, 0.34, ...)와 같은 좌표로 변환합니다.
대표적인 벡터화 알고리즘으로는 BERT (Google), ELMo (AllenNLP), ada (OpenAI) 등이 있으며, OpenAI의 최신 모델인 text-embedding-3-large는 3,072차원으로서, 고차원일수록 의미 표현이 정교해지고 검색 정확도도 향상됩니다.
색인 Indexing
벡터화된 데이터는 이후 빠른 검색을 고려하여 유사성에 따라 근접한 공간 상에 배치됩니다. 이 과정을 색인 (Indexing)이라 하며, 대표적으로 FAISS (Facebook), HNSWLib 등 다양한 근사 최근접 탐색 (ANN, Approximate Nearest Neighbor) 알고리즘이 활용됩니다.
인덱싱은 탐색의 효율성과 정확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과정으로, 특히 LLM의 검색 증강에 사용되는 RAG 시스템에서는 수백만 개 이상의 벡터를 수 밀리초 이내에 탐색해야 하므로, 인덱스 구조와 알고리즘의 선택이 매우 중요합니다.
질의 Querying
사용자가 질의하는 자연어를 동일하게 벡터화한 후, 저장된 벡터 데이터들과 유사도를 비교하여 가장 가까운 결과를 반환합니다. 이 과정은 의미 검색 Semantic Search이라 불리며, 이를 통해 의미적으로 유사한 정보 전체를 탐색하는 지능적 응답의 토대가 됩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비오는 날 먹기 좋은 음식’과 같은 질의에 응답하는 과정의 예시.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문맥에 맞는 정보를 검색하고, 신뢰도 높은 답변을 생성하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한다.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OpenAI, Anthropic, Cohere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나 RAG 를 활용한 자체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하는 다양한 기업들로부터 높은 수요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Pinecone과 같은 전문 벡터 데이터베이스 스타트업은 Elastic, Redis, MongoDB 등 기존 검색·DB 솔루션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흐름 속에서 빠르게 시장을 확장하고 있으며, 누적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단순 저장을 넘어서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서, 기술 성숙도와 생태계 형성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는 데이터가 빈번하게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업데이트 시마다 인덱스를 재구성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실시간성이 요구되는 AI 응용에 큰 제약이 됩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주요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기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GPU 기반 인덱싱 가속화
Milvus는 NVIDIA의 CAGRA 프레임워크를 도입하여 GPU 기반 인덱싱을 구현하였으며, Qdrant는 GPU를 통해 기존 CPU 대비 최대 10배 빠른 속도를 달성하였습니다.
실시간 인덱스 업데이트
기존에는 전체 인덱스를 재생성해야 했지만, Milvus 등은 증분 인덱싱 기술을 도입하여 벡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추가/수정/삭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온디바이스 벡터 데이터베이스
Edge AI 확산에 따라, ObjectBox와 같은 기업은 스마트폰이나 IoT 장치 내에서 작동 가능한 경량형 벡터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RAG 기술이 클라우드를 벗어나 로컬 환경으로 확장되는 기반이 됩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KAIST 전산학과 김민수 교수가 설립한 그래파이가 GPU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고속 임베딩과 인덱싱, 대용량 처리에 강점을 차별점으로 벡터 데이터베이스 분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벡터 데이터베이스 시장은 2024년 약 2.2억 달러에서 연평균 21.9% 성장해 2034년에는 약 1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술의 진보는 점차 인간 사고의 구조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우리가 유사성과 연관성을 통해 기억을 더듬는 연상 기억(Associative Memory)이라는 인지 구조를 디지털로 구현한 것이며, 인공지능은 이를 통해 의미적으로 유사한 정보를 빠르게 호출하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우리의 뇌세포 역시 벡터 데이터베이스처럼 수많은 기억과 정보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습니다. 뇌세포가 쉽게 재생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방대한 벡터들 간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다시 정렬하는 일이 생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만큼 인간의 기억 구조와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깊은 유사성을 갖습니다.
AI는 점점 우리의 두뇌처럼 사고하고, 우리는 AI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거꾸로 자기 인지 능력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AI는 인간의 연장선이자 거울이며,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그 안에서 인간 사고를 모사하고 재조립할 수 있는 프레임입니다.
우리는 이제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통해 단순히 정보를 다루는 존재를 넘어서, 정보와 의미를 배치하고, 구조화하고, 질문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 진화를 훈련하는 첫 실습장—그것이 바로 벡터 데이터베이스입니다.
벡터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데이터의 임베딩 시각화. 의미적으로 유사한 벡터들이 고차원 공간에서 인접한 저차원 영역에 밀집된 구조를 보이며, 이는 연관 기억이 공간적으로 군집되는 뇌의 해마 구조와 유사한 특징을 나타낸다. https://projector.tensorflow.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