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 6 쿼드벤처스 이진오 팀장
지난 9월 출시된 삼성 갤럭시 워치는 헬스케어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혈압, 심전도, 혈중 산소포화도, 체성분을 측정하여 건강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건강관리를 넘어 질병 진단 영역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뷰노는 x-ray, CT, MRI 등 의료 영상을 활용하여 치매, 폐암, 망막 질환 등을 진단 보조하는 AI기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은 건강관리와 질병 진단을 넘어, 치료제 영역까지 진출했다. 북미 페어 쎄라퓨틱스 Pear Therapeutics의 디지털 치료제 'reSET'은 중독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디지털 치료제'의 개념은 시장에서 여전히 혼용되고 있고, FDA, 식약처 등 인허가 기관의 인허가 절차 역시 완성되지 않았다.
앞으로 인허가 절차가 정비되면서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더 성숙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본 페이지에서는 국내외 디지털 치료제의 투자 및 시장 규모, 정의, 인허가 시스템, 인허가 사례 등을 점검하고, 국내 디지털 치료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insight가 매년 발표하는 ‘미래를 변화시킬 150개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12개의 세부 분야로 분류하고 있다.
그 중 ‘질병관리 및 치료 Disease management & therapeutics’ 분야에 4번째로 많은 기업 (15개)이 선정되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출처: The Digital Health 150: The Top Digital Health Companies Of 2021, CB Insight
2017년 설립된 ‘디지털 치료제 개발 산업체 연합 Digital Therapeutics Alliance (DTA)’는 디지털 치료제를 근거에 기반한 치료를 제공하며 질병의 예방·관리·치료에 효과가 있는 고품질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한다. 현재 여러 인허가 기관들은 DTA 정의를 바탕으로 인허가 절차를 만들고 있다.
DTA는 디지털 치료제를 3가지로 분류하고 있으며, 분류에 따라 규제와 처방이 다르다. 단, 디지털 치료제는 분류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치료효과를 보여야하고,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보유해야 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대체 디지털 치료제’와 ‘보완 디지털 치료제’로 분류할 수도 있다. 단독 사용 가능한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으므로, 대체 디지털 치료제로 분류한다. 보완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와 병용 시에만 치료 효과를 보인다.
산업계에서는 이 외에도 다양한 의미로 디지털 치료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신체에 물리적인 자극 (전기, 초음파 등)을 가하는 ‘전자약’과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디지털 치료제’가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디지털 치료제의 글로벌 벤처투자 건수는 매년 70건 내외로 꾸준하나, 투자금액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벤처투자금이 전년대비 약 2배 이상 성장했다.
2017~2020년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벤처투자 현황, 출처: CBinsight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규모는 연평균 26.7%의 성장율을 보여 2025년 $6.9B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는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5년에도 변함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2025년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규모와 시장 점유율 전망, 출처: MarketandMarkets, 2020, Digital Therapeutics Market
FDA의 디지털 치료제 인허가 절차로 ‘510(k)’와 ‘드노보 De Novo’가 있다. 510(k)는 시판 중인 제품과 비교하여 제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절차로 비교적 간단하다. 반면, 드노보는 시중에 마땅한 비교 대상이 없을 때 제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새롭게 검증하는 절차로 510 (k)보다 까다롭다.
FDA는 혁신을 장려하면서도 효과성과 안전성을 검증할 목적으로 2016년부터 새로운 절차를 도입하고 있다.
2016년 12월 FDA는 ‘21세기 치료 법안 The 21st Century Cures Act’을 제정하여, ‘혁신기기 Breakthrough Devices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제품이 FDA에 의해 혁신기기로 지정되면, 510(k)와 드노보 절차를 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2017년에는 ‘디지털 헬스 혁신 계획 Digital Health Innovation Action Plan’을 발표하여, ‘Pre-Cert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Pre-Cert 프로그램은 인허가 초점을 개별 제품이 아닌 회사에 두는 방식이다.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춰 인증 받은 회사는 개별 제품의 인허가를 면제받거나 간소화할 수 있다. 대신 출시 후 실 세계 데이터 Real World Data (RWD)를 이용해 사후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디지털 치료제는 AI를 활용하므로, 데이터가 쌓일 수록 성능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Pre-Cert 프로그램은 매우 완화적인 절차로 생각된다. 현재 Pre-Cert는 파일럿 프로그램 수준으로 프로그램을 다듬어 가는 과정에 있으며, 아직 적용되어 승인된 사례는 없다.
FDA의 시판허가를 획득한 14개 디지털 치료제는 대부분 510(k) 절차를 통해 허가 받았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는 주로 정신질환, 신경손상, 중독, 만성질환 등의 치료를 목표하고 있으며, FDA를 필두로 관련 디지털 치료제들의 글로벌 인허가가 이뤄지고 있다. 인지행동치료 CBT나 코칭이 정신질환, 신경손상, 중독, 만성질환 등에 치료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이런 트랜드가 형성된 것으로 생각되며, 당분간 이 같은 트랜드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인허가 현황과 적응증, 출처: IQVIA, 2021, Digital health trends 2021
회사 설립 후 디지털 치료제의 FDA 인허가 까지 평균적으로 5~6년 소요됐다. 디지털 치료제 형태별로 살펴보면, FDA 인허가 건수 중 모바일 앱이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중 모바일 앱 단독 형태는 6건이었다.
인지행동치료 CBT와 코칭 유형의 디지털 치료제가 각각 5건, 4건 인허가되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당 유형이 모바일 앱으로 구현하기 용이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KFDA는 2020년 8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첫 가이드라인인 ‘디지털치료기기에 대한 허가·심사 가이드라인’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가이드라인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디지털치료기기’로 명명했고, ‘질병 예방·관리·치료 목적으로 환자에게 적용’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SaMD’로 정의했다.
디지털치료기기가 식약처의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치료 작용기전에 대한 과학적·임상적 근거를 제시해야한다. 따라서 먼저 학술논문이나 탐색임상을 통해 치료 작용기전이 유효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어 확증임상 계획을 제출해 식약처의 승인을 받고, 확증임상을 수행해 유효성과 효과성을 증명하면 된다.
식약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잠재적 유익성과 위해성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허가 이후 실제 임상 환경에서 사용한 데이터 Real World Data (RWD)와 실 세계 증거 Real World Evidence (RWE) 자료 마련을 권고하고 있다.
식약처는 2019년 4월 제정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의료기기산업법)’을 통해, FDA 규제시스템의 ‘혁신기기’, ‘Pre-Cert’와 유사한 ‘혁신의료기기’, ‘혁신의료기업’ 지정 제도를 도입하여, 심사절차나 제출 자료를 간소화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국내 인허가 절차가 뒤늦게 정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비하고 있는 방향은 FDA와 비슷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에서도 현재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웰트는 DTA에 국내 최초로 가입한 기업으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CBT-I기반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온라인 근감소증 진단·관리 플랫폼 등을 개발 중이다. 근감소증 플랫폼의 경우 환자 데이터 수집 후 맞춤형 운동 처방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국내 인허가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디지털 치료제는 뉴냅스의 ‘뉴냅비전’, 라이프시맨틱스의 ‘레드필숨튼’, 에임메드의 ‘솜즈’다. 모두 식약처로 부터 확증임상시험계획을 승인 받았다. 뉴냅비전은 확증임상시험 수행 중이며, 레드필숨튼과 솜즈는 준비 중이다.
FDA 인허가 프로세스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국내 디지털 치료제는 빅씽크테라퓨틱스의 강박장애 치료제 ‘오씨프리’이다. 2021년 4월 국내 최초로 미국 임상연구윤리심의위원회 IRB로 부터 탐색임상계획 승인을 획득했다. 현재 임상 환자를 모집 중이다.
스타트업이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나, 글로벌 빅파마 역시 투자, 파트너십, 인수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가 디지털 치료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디지털 치료제가 FDA 인허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실제 판매 가능성 확인
(2) 기존 약물에 결합해 특허 방어 전략으로 활용하거나 매출 증대를 노릴 수 있음.
(3) 치료제가 없는 질환의 표준 치료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
(4) 개발 효용성 (적은 개발비용, 짧은 개발기간, 적은 독성 및 부작용 리스크)
출처: 바이오스펙테이터
시장에서는 아직 '디지털 치료제'라는 용어를 여러 의미로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인허가 기관들이 DTA의 디지털 치료제 정의를 채택하면서 점차 통일 되고 있는 추세다. 동시에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투자 규모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여러모로 점차 성숙해질 전망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인허가가 필요한 제품/서비스이기 때문에, 북미 FDA의 행보가 중요하다. FDA는 완화적인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규제를 정비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Pre-Cert' 프로그램이다. 아직 다듬는 중이지만 곧 완성될 것으로 보이며, 완성되면 디지털 치료제 인허가 시계를 단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FDA는 인허가 후 주기적으로 RWD를 활용한 사후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대부분의 디지털 치료제가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므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될 수록 성능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후 규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국내 식약처는 FDA의 행보를 참고하여 인허가 절차를 정비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국내 인허가 절차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빅파마 입장에서 보면, 디지털 치료제는 적어도 자사 의약품의 보완제로서 매력적인 아이템이 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성숙할 수록, 디지털 치료제 스타트업과 글로벌 빅파마가 시너지를 내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1] Biospectator
[2] CBinsight1
[3] CBinsight2
[4] Digital Therapeutics Alliance, 2021, DTx Product Categorization
[5] FCA venture partners, 2020, Investing in entrepreneurs who improve healthcare
[6] MarketandMarkets, 2020, Digital Therapeutics Market
[7] RockHealth, 2021, H1 2021 digital health funding: Another blockbuster year...in six months
[8] Statista, 2021, Projected global digital health market size from 2019 to 2025
[9] KTB투자증권, 2021, ktb 성장산업 인뎁스 시리즈 #3 디지털헬스케어
[10]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 2020, 디지털 치료제의 현황 분석 및 발전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