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스 우주 시대,
태양광 소재로 부상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소재로 부상하는 페로브스카이트
2025.03.19 쿼드벤처스 이창선 팀장
최근 우주 산업은 스타링크와 같은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과 더불어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비용을 절감하며 민간 기업 중심의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켓 재사용 기술의 도입은 우주 시장의 판도를 바꾼 핵심 요인으로, 위성 1kg의 발사 비용을 $30,000에서 $2,000 수준까지 낮추며 뉴스페이스 시대를 본격화하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발사 비용은 크게 절감되었지만, 여전히 위성 제조 비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위성 제조 비용은 전체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위성 전력계통인 태양전지는 한 대의 위성 제조 비용 중 약 30%를 차지하며, 고비용 구조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주 산업에서 발사 비용 다음 효율성 혁신은 부품, 특히 전력 부품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정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 시대에는 실패가 용납되지 않았기에, 위성을 구성하는 모든 부품은 실제보다 훨씬 혹독한 조건의 인증을 요구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위성 부품은 개발 기간이 길고 인증 비용이 제조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뉴스페이스 시대 민간 기업들은 양산성과 속도를 앞세운 전략으로 이러한 비용 구조를 혁신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핵심은 바로 이미 지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상용 부품, COTS(Commercial Off-The-Shelf) 적극 활용하는 것입니다. 즉 극단적인 우주 상황을 가정한 인증 대신, 자체적인 최소 기준을 마련하여 상용 부품을 선별·활용하는 전략으로 원가와 양산성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우주 항공 산업에 빠르게 확산되어, 위성의 센서, 통신, 전자부품 등이 COTS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쉽게 바뀌지 않는 부품이 있습니다. 바로 위성의 핵심 에너지원인 ‘태양전지’입니다.
우주는 무전력 환경으로 오직 자체 태양전지를 통해 전력을 생성해야 합니다. 현재까지 가장 널리 쓰이는 태양전지는 갈륨비소 GaAs 기반의 다중접합 태양전지, MJSC (Multi Junction Solar Cell) 입니다. 이 방식은 광범위한 태양광 스펙트럼을 흡수하며 28~30%의 높은 변환 효율, 강한 방사선 내성, 온도 안정성을 바탕으로 오랜기간 업계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MJSC는 4인치 화합물 웨이퍼 생산 공정이 까다롭고, 제조 단가가 높으며 납기가 매우 긴 편으로, 급증하는 발사체 수요 대응에 불리하며 경쟁력 확보의 허들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세계 공급사가 5곳 내외 소수에 불과하며, 이들 중 일부는 대형 우주 항공 기업에 흡수 통합되어 외부 공급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태양전지 기업인 Azur Space의 경우 납기가 2년 이상 걸리고 있으며, 수요 증가에 따라 점차 공급 정체가 심각해지고 상황입니다.
이처럼 현재 위성용 태양전지는 기술적으로는 탁월하나, 양산성, 가격, 공급 안정성에서 뉴스페이스의 요구와 점차 괴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에너지 소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입니다.
뉴스페이스 산업을 주도하는 스페이스X 는 스타링크 위성에 저궤도 운용과 짧은 임무 수명을 전제로 과감하게 실리콘 태양전지를 채택하며 ‘고효율·고신뢰성’ 중심에서 ‘양산·효율성’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리콘은 방사선에 취약해 2년이면 전체 성능이 50% 미만으로 감쇄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방사선 차폐 등의 시도를 병행하고 있으나, 무게 증가로 이어지며 개선의 한계가 분명해진 가운데, 이에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구조의 태양전지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2009년 처음 학계에 소개된 이래 10여년 만에 변환 효율 28% 이상을 달성하며, 지난 50년간의 실리콘 태양전지 한계를 뛰어 넘었습니다. 미국 NREL의 효율 인증 차트에서 그 성장이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무엇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가볍고 유연하며, 저비용 공정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가집니다. 특히 무기계 페로브스카이트 (예: CsPbBr₃)는 고온, 방사선 환경에서도 결정 안정성과 성능 유지력이 우수하여, 우주 환경에서도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NASA를 비롯하여 유럽우주국 ESA, MIT, UCLA, 옥스퍼드 대학 등 세계 유수의 우주 연구 기관들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현실적인 대체제로 보고 궤도 실증 및 내구성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실제로 지구 저궤도상에 위치한 국제우주정거장 ISS 외부에 페로브스카이트 샘플을 부착해 방사선에 대한 내성을 측정하거나, AM0 태양광 환경에서의 스펙트럼 반응을 시험하는 등 실증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우주용 태양전지 기술에 도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화시스템 사내창업을 통해 2024년 스핀오프한 ‘플렉셀스페이스’는 무기계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위성용 태양전지를 개발 중입니다. 동사는 현재 27% 수준의 효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곧 우주공간에서의 실증 테스트도 앞두고 있습니다.
태양전지 종류별 연구 최고 효율 변화 추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10여 년 만에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를 뛰어넘는 28% 이상의 효율을 기록하며, 가장 빠르게 발전 중인 차세대 태양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뉴스페이스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속도’, ‘효율성’, 그리고 ‘비용’입니다. 위성의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전지는 이러한 요소를 결정짓는 핵심 부품이며, 이를 둘러싼 기술적 전환은 우주 산업의 다음 국면을 여는 촉매가 될 것입니다.
쿼드벤처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위성용 태양전지, 나아가 다양한 우주용 COTS 기반 부품 혁신에 주목하며, 차세대 우주 산업을 이끌어 갈 기술에 주목하고 혁신 기업들을 지속 발굴해 나갈 것입니다.